횡령·배임 사건, 보관관계와 임무위배 확인

횡령과 배임은 남의 재산을 맡았거나 남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에게만 성립하는 죄입니다. 그래서 '그 돈은 누구의 것이었나', '나는 어떤 임무를 맡았나'를 먼저 확정해야 합니다. 이 페이지는 보관관계와 임무위배의 판단 기준, 회사 자금 사건의 쟁점, 처벌 규정과 공개 판례 3건을 정리합니다.

01

횡령과 배임, 무엇이 다른가요

두 죄는 형법의 같은 조문(제355조)에 들어 있고 법정형도 같지만, 무엇을 침해했는지가 다릅니다. 횡령은 맡은 '재물'을 가로챈 것이고, 배임은 맡은 '사무'를 저버려 손해를 끼친 것입니다.

재물

횡령(형법 제355조 제1항)

  • 주체: 믿고 맡긴 관계(위탁관계)에 따라 다른 사람의 돈·물건을 보관하는 사람
  • 행위: 그 재물을 자기 것처럼 쓰거나 처분하는 것, 돌려 달라는데 거부하는 것
  • 예: 회사 계좌의 돈을 개인 용도로 이체, 맡은 물품을 팔아 대금 사용
사무

배임(형법 제355조 제2항)

  • 주체: 신임관계에 따라 다른 사람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
  • 행위: 임무에 어긋난 행위로 자신이나 제3자가 이익을 얻고 본인에게 손해(위험 포함)를 끼치는 것
  • 예: 회사에 불리한 조건의 거래, 담보 없는 계열사 지원, 회사 명의의 부당한 보증

회사 임직원, 경리 담당자, 동업자, 단체의 회계 책임자처럼 업무로서 남의 재산을 다루는 사람이 같은 행위를 하면 업무상횡령·업무상배임(형법 제356조)이 되어 법정형의 상한이 두 배(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로 올라갑니다. 직함이 없더라도 실제로 그 일을 반복해 맡아 왔다면 '업무'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회사·맡긴 쪽이라면

  • “경리 직원이 몇 년 동안 회사 돈을 조금씩 자기 계좌로 옮긴 것 같습니다.”
  • “전 대표가 회사 명의로 지인 회사에 보증을 서 주고 나갔습니다.”
  • “동업자가 정산도 없이 공동 사업 자금을 개인 빚 갚는 데 썼습니다.”

혐의를 받고 있다면

  • “가지급금으로 처리했고 나중에 정산하려고 했습니다.”
  • “법인카드는 거래처 접대에 쓴 것인데 영수증을 다 못 챙겼습니다.”
  • “이사회에서 함께 결정한 투자가 실패했을 뿐입니다.”
  • “담보로 주기로 한 집을 사정상 다른 데 먼저 잡혔습니다.”
수사기관과 친족 사건, 먼저 확인하세요

2026. 10. 2.부터 횡령·배임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은 사건에 따라 경찰 또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수사하고, 기소 여부는 공소청 검사가 판단합니다. 피해자가 친족이면 2025. 12. 31. 개정 형법에 따라 형 면제가 아니라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는 친고죄로 다뤄집니다(형법 제361조·제328조, 2024. 6. 27. 이후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 경제범죄 전체 흐름은 사기·경제범죄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02

보관관계·불법영득의사·임무위배를 따지는 법

수사기관과 법원은 '돈이 사라졌다'는 결과보다, 그 돈과 사무가 누구에게 속했고 혐의자가 어떤 지위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단계별로 확인합니다.

1. 보관관계: 그 돈은 누구의 것이고 왜 내가 갖고 있었나

횡령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위탁관계에 따라' 보관하는 사람만 저지를 수 있습니다. 위탁관계는 계약으로 생기는 것이 보통이지만 사실상의 관계, 관습이나 신의칙으로도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판례는 형법이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로 한정합니다. 회사 돈은 대표이사가 주식을 전부 가졌더라도 법인의 소유이고, 용도를 정해 맡긴 돈은 원칙적으로 맡긴 사람의 것으로 보므로 그 용도 밖에 쓰면 횡령이 문제됩니다. 동업 자금도 동업자들이 함께 가진 재산이어서, 한 사람이 정산 없이 임의로 쓰면 횡령이 될 수 있습니다.

2. 불법영득의사: 내 것처럼 처분할 생각이었나

불법영득의사는 자기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임무를 어기고 맡은 재물을 주인처럼 처분하려는 의사입니다. 회사를 위해 쓴 돈이라면 절차상 흠이 있어도 이 의사가 부정될 수 있지만, 개인 목적이라면 '나중에 채워 넣으려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정되기 어렵습니다. 판례는 대표이사나 사실상 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 회사를 위한 지출이 아닌 용도로 거액을 가지급금 명목으로 꺼내면서 이자·변제기 약정도, 이사회 결의 같은 절차도 없었다면 횡령죄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아래 판례 1). 법인카드 사적 사용은 사용 내역과 업무 관련성으로 판단합니다.

3. 배임의 주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가

배임죄는 상대방과 계약을 맺었다는 것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신임관계에 기초해 상대방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것이 그 관계의 본질이어야 하고, 계약에 따른 자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원칙적으로 민사 문제입니다. 최근 전원합의체 판례들이 이 경계를 정리했는데, 결론이 사안별로 달라 아래 표처럼 나눠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 상황별 현재 대법원 판례(전원합의체)
상황배임죄 성립 여부판례
부동산 매도인이 중도금까지 받은 뒤 제3자에게 팔고 등기를 넘김성립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동산 매도인이 중도금을 받은 뒤 제3자에게 넘김불성립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돈을 빌리며 부동산 저당권 설정을 약속하고 다른 사람에게 먼저 설정불성립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아래 판례 2)
돈을 빌리며 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그 동산을 처분불성립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4. 임무위배와 재산상 손해: 손해의 '위험'은 어디까지인가

임무위배는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과 성질에 비추어 법령·계약·신의칙상 당연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거나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해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손해에는 현실적인 손실뿐 아니라 손해가 생길 위험도 포함되지만, 그 위험은 경제적으로 손해가 난 것과 같다고 볼 만큼 구체적·현실적이어야 하고 막연한 가능성으로는 부족합니다(아래 판례 3). 경영 판단의 영역에서는 결과적으로 손해가 났다는 사실만으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고, 결정 당시의 정보·동기·절차를 함께 봅니다.

03

회사 자금 사건에서 자주 다투는 장면

업무상횡령·배임 사건의 상당수는 회사 돈의 사용을 둘러싸고 일어납니다. 같은 지출이라도 근거 자료와 절차가 있었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립니다.

장면별 쟁점과 확인 자료
장면주로 다투는 점확인할 자료
가지급금·임원 대여회사를 위한 지출인지, 이자·변제기 약정과 이사회 등 절차가 있었는지가지급금 원장, 약정서, 이사회 의사록, 상환 내역
법인카드 사용업무 관련성(접대·출장)과 사적 사용의 구분카드 사용 내역, 영수증, 출장·접대 보고서, 내부 규정
급여·상여·퇴직금정관·주주총회 결의 등 정해진 절차와 기준에 따랐는지정관, 주주총회·이사회 의사록, 급여 대장
비자금·현금성 경비장부 밖으로 조성한 돈의 실제 사용처출금 내역, 사용처 증빙, 관련자 진술
계열사·지인 회사 지원담보·대가 없이 회사에 불리한 조건이었는지, 경영상 필요가 있었는지거래 조건, 외부 평가서, 검토 보고서, 결재 문서
대표 개인 사건의 비용분쟁이 회사 업무와 직접 관련되고 회사를 위해 대응할 필요가 있었는지소송 서류, 회사와의 관련성 자료, 지출 결의
경영 판단이라고 주장하려면

배임 혐의에 경영 판단으로 맞서려면 '결과가 나빴을 뿐'이라는 말보다 결정 과정의 기록이 필요합니다. 결정 전에 어떤 정보를 모았는지, 대안을 검토했는지, 개인적 이해관계가 없었는지, 이사회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쳤는지를 보여 주는 문서가 핵심입니다. 이런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흩어지기 쉬우니 회사 규정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범위에서 목록부터 정리해 두세요.

회사 직원이 아닌 사람이 함께 가담한 경우도 있습니다. 횡령·배임은 보관자나 사무처리자라는 신분이 있어야 성립하는 죄지만, 신분 없는 사람도 가담하면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업무상' 신분 때문에 형이 무거워지는 부분은 그 신분이 없는 사람에게 적용하지 않습니다(형법 제33조). 예를 들어 경리 직원과 함께 회사 돈을 빼돌린 외부인은 단순 횡령의 형으로 처벌됩니다.

남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으면 손해가 생기지 않았어도 배임수재(형법 제357조 제1항)가 되고, 준 사람도 배임증재(같은 조 제2항)로 처벌됩니다. 거래처에서 받은 돈이나 선물이 문제된 사건이라면 횡령·배임과 함께 이 부분도 확인해야 합니다.

04

횡령·배임의 법정형과 가중처벌

횡령·배임 관련 법정형(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조문 기준)
조문법정형비고
형법 제355조(횡령·배임)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 벌금보관자·사무처리자의 일반 횡령·배임
형법 제356조(업무상 횡령·배임)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업무로서 남의 재산·사무를 맡은 경우
형법 제357조(배임수증재)받은 사람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 준 사람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받은 재물은 몰수·추징
형법 제358조(자격정지의 병과)제355조~제357조의 죄에 10년 이하 자격정지를 함께 부과 가능공무원 임용 등 자격에 영향
형법 제359조(미수범)제355조~제357조의 미수 처벌미수범의 형은 기수보다 감경할 수 있음(제25조 제2항)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이득액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3년 이상 유기징역이득액 이하 벌금 병과 가능. 제3조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일정 기간 금융회사 등 취업 제한(제14조)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이득액 50억 원 이상)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득액이 법정형을 바꾸므로 금액 산정 자체가 쟁점
형법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과료맡은 관계 없이 잃어버린 물건 등을 가진 경우

횡령·배임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회사나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도 수사기관은 사건을 계속 처리할 수 있습니다. 횡령한 돈을 돌려줬다고 이미 성립한 죄가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의 시점과 규모는 기소 여부와 형량을 정할 때 가장 크게 고려되는 사정 가운데 하나입니다. 친족 사이의 횡령·배임은 예외적으로 친고죄여서(2024. 6. 27. 이후 범행),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30조).

특정경제범죄법의 5억 원 기준은 범죄로 얻은 이득액으로 판단합니다. 여러 번에 걸친 횡령이 하나의 죄(포괄일죄)로 묶이면 합산한 금액이 기준이 되므로, 횡령 기간과 건별 금액, 같은 범의로 이어진 행위인지가 적용 법률을 바꿀 수 있습니다. 공소시효는 횡령·배임 7년, 업무상횡령·업무상배임과 이득액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은 10년, 50억 원 이상은 15년입니다(형사소송법 제249조).

피해 회복은 형사 절차 밖에서도 준비하세요

횡령·배임은 형사재판에서 피해자가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죄에 해당합니다(소송촉진법 제25조). 다만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않거나 배상 책임의 범위가 분명하지 않으면 배상명령이 내려지지 않으므로, 금액이 크거나 계산이 복잡한 회사 사건은 민사 소송·가압류를 함께 검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05

횡령·배임 사건의 증거와 자료

횡령·배임은 숫자로 증명되는 사건입니다. 돈이 언제 어디서 어디로 갔는지, 그때 누가 승인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양쪽 모두 주장을 세울 수 있습니다.

회사·피해자(고소하려는 쪽)가 정리할 자료

  • 문제된 거래 목록(날짜·금액·출금 계좌·받은 계좌)
  • 회계장부·전표와 은행 거래내역의 대조표
  • 혐의자의 직책·권한을 보여 주는 인사 기록·위임전결 규정
  • 결재 문서·이사회·주주총회 의사록
  • 내부 감사 보고서나 회계 검토 결과
  • 혐의자에게 해명이나 반환을 요구한 기록과 그 답변
  • 동업 사건이라면 동업계약서와 정산 기록

혐의를 받는 쪽이 정리할 자료

  • 지출마다 업무 관련성을 보여 주는 증빙(계약서·세금계산서·영수증)
  • 사전 승인·사후 보고 기록(결재·메일·메신저)
  • 회사 관행이나 내부 규정에 따른 처리였다는 자료
  • 가지급금이라면 약정 내용과 상환·정산 내역
  • 경영 판단이라면 결정 전 검토 자료와 회의 기록
  • 반환·변제·공탁 내역
회계 자료를 고치거나 가져가지 마세요

혐의를 받는 사람이 전표를 고치거나 파일을 지우면 증거인멸 우려로 평가돼 구속 판단(형사소송법 제70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별도의 범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퇴사하면서 회사 자료를 무단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도 문제를 키울 수 있습니다. 필요한 자료는 열람·제출 요청 같은 정식 경로로 확보하세요. 회사 쪽도 내부 조사 과정에서 직원의 개인 메신저나 휴대전화를 동의 없이 들여다보면 다른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06

횡령·배임 사건의 수사와 재판 흐름

회사 사건은 고소 전에 내부 조사나 회계 감사가 먼저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는 2026. 10. 2. 개편 이후 기준입니다.

  1. 01
    내부 확인과 고소

    회사는 내부 감사로 거래 내역을 확인한 뒤 고소장을 냅니다. 금액과 기간이 정리된 고소장일수록 수사가 빨라집니다. 고소는 사법경찰관에게 하고, 사건에 따라 경찰 또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수사합니다.

  2. 02
    자료 확보와 조사

    수사기관은 회사 자료 제출을 받거나 압수·수색으로 회계 자료를 확보하고, 관련 직원 조사 뒤 혐의자를 피의자로 신문합니다. 피의자는 변호인 참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3. 03
    송치 또는 불송치

    고소 사건은 접수일부터 3개월 안에 송치 여부를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8조). 불송치되면 고소인은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제245조의7).

  4. 04
    공소청 검사의 판단

    검사는 기록을 검토해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기소 여부를 정합니다. 피해 회복 상황이나 합의 여부가 이 단계에서 의미 있게 반영되기도 합니다.

  5. 05
    공판

    재판에서는 보관관계·임무의 범위·불법영득의사·손해액이 주로 다퉈지고, 회계 전문가의 분석이나 감정이 증거로 제출되기도 합니다. 유죄라면 피해 회복과 이익을 얻은 정도가 형량에 반영됩니다.

고소인

회사·피해자 쪽 점검

  • 혐의자의 권한 범위를 정한 규정이 실제로 운영됐는지
  • 같은 지출이 다른 임직원에게는 허용돼 왔는지(관행 주장 대비)
  • 고소 금액과 회계 자료의 숫자가 일치하는지
  • 수사 개시 후 6개월 넘게 실질 수사가 없으면 이의 제기 가능(2026. 10. 2. 이후 수사 개시 사건)
피의자

혐의를 받는 쪽 점검

  • 문제된 지출을 건별로 나눠 업무 관련성 자료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
  • 고소장의 금액 계산에 이미 정산된 부분이 들어 있는지
  • 본인의 실제 권한과 결재 라인(누가 승인했는지)
  • 피해 회복을 하려면 회사와의 협의 경로와 시기

돈의 이동이 처음부터 속여서 받은 것이라면 횡령이 아니라 사기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금을 받을 때부터 다른 곳에 쓸 생각이었다면 사기·투자사기의 기준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내 계좌로 들어온 경우라면 보이스피싱 페이지의 기준으로 살펴보는 것이 맞습니다.

CASE LAW

공개 판례로 보는 횡령·배임의 경계

아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대법원 판결을 형블리 법률정보팀이 요약하고 해설한 것입니다. 형블리가 관여한 사건이 아니며, 회사의 구조나 증거가 다르면 같은 결론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판례 01공개 판례 해설

사적 용도로 절차 없이 가지급금으로 꺼낸 회사 돈은 횡령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135 판결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증권거래법 위반

핵심 쟁점
회사 자금을 사실상 관리하던 임원이 이자·변제기 약정이나 이사회 승인 없이 업무가지급 형식으로 회사 돈을 꺼내 사적 목적에 쓴 경우,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해 업무상횡령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사실관계
피고인은 상장회사의 상무이사로 자금계획과 주식관리를 총괄하는 직책에 있었고, 피고인 일가는 회사 지분의 과반을 가진 채 경영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회사가 발행한 해외전환사채의 조건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면 일가의 지분율이 줄어드는 것을 막으려고, 몇 달에 걸쳐 여러 차례 합계 5억 5,000만 원의 회사 자금을 이자 부담 없는 업무가지급 형식으로 꺼내 주가를 인위적으로 유지하는 데 썼습니다. 일부는 다른 임원 이름으로 인출했고, 이사와 회사 사이의 거래에 필요한 이사회 승인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는 의사이고, '업무'는 법령·계약에 의한 것뿐 아니라 관례를 따르거나 사실상의 것이라도 같은 행위를 반복할 지위에 따른 사무를 가리킨다고 했습니다. 회사의 대표이사나 그에 준해 회사 자금의 보관·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해 온 사람이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사용하면서 이자나 변제기 약정은 물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면,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지위를 이용해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처분한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의 인출은 지배주주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불법영득의사에 따른 업무상횡령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원심판결 파기,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업무상횡령 유죄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으나 다른 죄의 법리오해로 전부 파기)

해설

회사 돈 사건에서 가장 흔한 해명이 '가지급금으로 처리했으니 빌린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판결은 장부상 명목보다 실질을 봅니다. 회사를 위한 지출이었는지, 이자와 갚을 날을 정했는지, 이사회 승인 같은 정해진 절차를 밟았는지, 금액과 반복성이 어떤지를 종합해, 형식만 대여이고 실질은 사적 처분이면 횡령으로 본 것입니다.

혐의를 받는 쪽에서는 이 판결의 기준을 거꾸로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회사 업무와의 관련성, 약정서, 승인 기록, 실제 상환 내역이 갖춰져 있다면 불법영득의사를 다툴 근거가 됩니다. 또 이 사건 피고인은 대표이사가 아닌 상무이사였는데도 자금을 사실상 관리해 왔다는 이유로 업무상 보관자로 인정됐습니다. 직함보다 실제로 맡아 온 일이 기준입니다.

회사 쪽에서는 고소할 때 인출 내역과 장부 처리 방식, 승인 절차가 있었는지 여부, 실제 사용처를 함께 정리하면 불법영득의사를 설명하기가 쉬워집니다. 이 사건의 증권거래법 위반 부분은 2009. 2. 4.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폐지된 옛 법에 관한 판단이어서 여기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이 판례로 확인할 점 가지급금·대여 명목이어도 회사를 위한 지출이 아니고 이자·변제기 약정과 이사회 등 절차가 없었다면 업무상횡령이 될 수 있습니다. '업무'는 직함이 아니라 사실상 맡아 온 일로 판단합니다.

판례 02공개 판례 해설

담보 약속을 어기고 다른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줘도 배임은 아니다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핵심 쟁점
돈을 빌리며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채무자가 다른 사람에게 먼저 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해 배임죄가 성립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사실관계
피고인은 다른 사람에게서 18억 원을 빌리면서 담보로 자기 소유 아파트에 그 사람 명의의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했습니다. 그런데 약정과 달리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 12억 원의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고, 검사는 12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고 채권자에게 같은 금액의 손해를 입혔다며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으로 기소했습니다. 원심은 이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 다수의견은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를 지더라도, 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고 그 이행은 자신의 사무일 뿐이어서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해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담보물을 양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채권 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고, 이 법리는 부동산 양도담보설정계약을 맺은 채무자가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피고인도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원심판결 파기,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오해)

해설

이 판결로 '담보로 주기로 한 부동산을 다른 데 먼저 잡힌 경우'는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기준이 정리됐습니다. 다수의견은 저당권설정계약의 본질이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부동산 매도인이 중도금을 받은 뒤 이중으로 팔면 배임이라는 판례는 유지되고 있어, 대법관 4명은 반대의견에서 두 판례가 일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기준은 다수의견입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형사 고소보다 민사상 채권 보전 수단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담보를 줄 생각 없이 담보 제공을 약속하며 돈을 빌렸다면, 그것은 배임이 아니라 차용 당시의 기망, 즉 사기죄의 문제로 따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고소를 준비한다면 어느 죄에 맞는 사실을 정리할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채무자 입장에서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무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약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같은 민사 책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이 판례로 확인할 점 돈을 빌리며 부동산 담보를 약속한 채무자가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담보를 제공해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속였다면 사기죄가, 약정 위반은 민사 책임이 따로 문제됩니다.

판례 03공개 판례 해설

무효이고 유통되지 않은 어음 발행은 배임 기수가 아닌 미수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핵심 쟁점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해 회사 명의로 약속어음을 발행했는데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어 발행이 무효인 경우,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생겼다고 보아 배임죄의 기수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사실관계
피고인은 한 회사의 대표이사이면서 별도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다른 회사의 은행 대출금채무를 담보하려고, 그 은행에 자신이 대표인 회사 명의로 액면 29억 9,000만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해 주었습니다. 검사는 이로써 은행에 재산상 이익을 주고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으로 기소했고, 원심은 배임죄가 기수에 이르렀다는 전제에서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개시한 때 실행에 착수하고, 그 행위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가 된다고 했습니다. 다수의견은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해 회사 명의로 의무를 부담해도 상대방이 그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회사에 대해 무효이므로, 실제로 채무가 이행되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지게 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현실적인 손해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생겼다고 보기 어려워 기수가 아니라 미수범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상대방이 몰라 그 행위가 유효하면 채무 발생 자체가 손해 또는 실해 발생의 위험이어서 이행 전이라도 기수입니다. 약속어음은 발행이 무효라도 제3자에게 실제로 유통되면 회사가 어음채무를 질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생겨 기수이지만, 무효이면서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임미수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원심판결 파기,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기수시기 법리오해)

해설

배임죄는 실제 손실이 없어도 손해의 '위험'만으로 기수가 될 수 있어 처벌 범위가 넓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이 판결은 그 기존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위험은 경제적으로 손해가 난 것과 사실상 같다고 볼 만큼 구체적·현실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대표권 남용 사례에서 구체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효인 어음 발행이라도 유통되지 않는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기수로 보던 종전 판례를 그 범위에서 변경했습니다. 별개의견은 더 나아가 현실적인 손해가 있어야 기수라고 보았지만, 현재 기준은 다수의견입니다.

회사 측이 대표나 임원의 보증·어음 발행·담보 제공을 문제 삼을 때는 상대방이 남용 사실을 알았는지, 어음이 실제로 유통됐는지, 회사가 돈을 지급했거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 사정들이 기수와 미수를 가르고, 미수의 형은 기수보다 감경될 수 있습니다(형법 제25조 제2항).

혐의를 받는 쪽에서는 행위의 법적 효력과 그 이후 실제로 일어난 일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같은 서류에 서명한 행위라도 그 뒤 회사 재산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이 판례로 확인할 점 대표권 남용으로 한 의무부담행위가 무효이고 실제 이행·유통·불법행위책임이 없다면 배임은 기수가 아닌 미수입니다. 손해의 위험은 구체적·현실적이어야 하고 막연한 가능성으로는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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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사건 상담 전에 준비할 것

횡령·배임 상담은 '얼마가 문제인가'와 '그 돈을 다룰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나'를 함께 보여 줄 때 정확해집니다. 아래 자료를 기준으로 정리해 보세요.

  • 내 입장(회사·피해자·혐의자·참고인)과 현재 단계(내부 조사·고소 전후·조사 중·기소)
  • 회사에서의 직책·담당 업무·결재 권한
  • 문제된 거래를 건별로 정리한 표(날짜·금액·용도·승인자)
  • 관련 계좌 거래내역과 회계 전표
  •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증빙
  • 정관·위임전결 규정·내부 회계 규정
  • 이사회·주주총회 의사록과 결재 문서
  • 가지급금 약정서와 상환 내역
  • 거래 상대방과의 계약서·검토 자료
  • 반환·변제·합의 진행 내역
  • 받은 고소장·출석요구서·불송치 통지서 등 서류
회사 정보와 개인정보는 필요한 만큼만

정리 자료에는 다른 직원의 급여나 개인 신상, 거래처의 영업 정보처럼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내용은 빼거나 가려 두세요. 회사 내부 문서를 외부에 공유할 때는 내가 정당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자료인지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리한 내용은 형블리 상담에서 횡령과 배임 가운데 어느 쪽이 문제되는지, 금액 기준에 걸리는지부터 나눠 볼 수 있습니다. 거래 정리표와 핵심 문서를 파일로 올리면 법률보고서로 사실관계와 증거 분석, 고소장·의견서 초안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회사 돈을 잠깐 빌려 썼다가 갚았는데도 횡령인가요?
개인 용도로 회사 돈을 꺼내 쓴 순간 횡령이 성립할 수 있고, 나중에 갚았다고 이미 성립한 죄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회사를 위한 지출이었는지, 이자·변제기 약정과 승인 절차가 있었는지에 따라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여지도 있습니다. 실제로 갚은 사정은 기소 여부와 형량 판단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므로 상환 내역을 정확히 정리해 두세요.
Q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쓴 것도 횡령인가요?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 사용이라면 업무상횡령이나 업무상배임으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판단은 사용 내역이 업무와 연결되는지, 회사 규정이 어떤 사용을 허용했는지, 사후 정산을 했는지로 이뤄집니다. 접대나 출장에 썼다면 상대방·목적·참석자를 보여 주는 자료를 모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Q제가 주식을 전부 가진 회사인데 회사 돈을 써도 횡령인가요?
네, 문제될 수 있습니다. 주식회사는 주주와 별개의 법인이어서 회사 돈은 회사의 소유입니다. 1인 주주인 대표이사라도 회사를 위한 지출이 아닌 개인 용도로 회사 자금을 쓰면 업무상횡령이 될 수 있고, 금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됩니다.
Q회사에 손해가 났지만 경영상 판단이었다면 배임이 아닌가요?
결과적으로 손해가 났다는 사실만으로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결정 당시 개인적 이익을 노리지 않았는지, 필요한 정보를 모아 신중하게 검토했는지,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는지, 정해진 절차를 거쳤는지를 함께 봅니다. 그래서 결정 과정을 보여 주는 회의 자료와 검토 문서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Q돈을 빌리면서 담보로 주기로 한 집을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담보로 줬습니다. 배임인가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2020. 6. 18. 선고 2019도14340)에 따르면 이런 경우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어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담보를 줄 생각 없이 약속하며 돈을 빌렸다면 사기죄가 검토될 수 있고, 약정 위반에 따른 민사 책임은 남습니다.
Q횡령한 돈을 다 갚고 회사와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횡령·배임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회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수사와 재판이 자동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다만 전액 변제와 합의는 기소 여부와 형량에서 매우 중요한 사정입니다. 피해자가 친족인 경우는 예외로, 친고죄여서 고소가 없거나 1심 판결 선고 전에 고소가 취소되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Q업무상횡령은 몇 년이 지나면 처벌할 수 없나요?
공소시효는 업무상횡령 10년, 단순 횡령 7년이고,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10년, 50억 원 이상이면 15년입니다(형사소송법 제249조). 여러 번의 횡령이 하나의 죄로 묶이면 마지막 행위가 끝난 때부터 계산하므로, 건별 날짜와 금액을 정리해 두어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관련 법령
  •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 형법 제357조(배임수증재)·제358조(자격정지의 병과)·제359조(미수범)
  • 형법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
  • 형법 제361조·제328조(친족 사이의 범행과 고소)
  • 형법 제33조(공범과 신분)·제25조(미수범)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제14조
  • 형사소송법 제70조·제230조·제232조·제238조·제245조의7·제249조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배상명령)
  •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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