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용도로 절차 없이 가지급금으로 꺼낸 회사 돈은 횡령
- 핵심 쟁점
- 회사 자금을 사실상 관리하던 임원이 이자·변제기 약정이나 이사회 승인 없이 업무가지급 형식으로 회사 돈을 꺼내 사적 목적에 쓴 경우,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해 업무상횡령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 사실관계
- 피고인은 상장회사의 상무이사로 자금계획과 주식관리를 총괄하는 직책에 있었고, 피고인 일가는 회사 지분의 과반을 가진 채 경영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회사가 발행한 해외전환사채의 조건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면 일가의 지분율이 줄어드는 것을 막으려고, 몇 달에 걸쳐 여러 차례 합계 5억 5,000만 원의 회사 자금을 이자 부담 없는 업무가지급 형식으로 꺼내 주가를 인위적으로 유지하는 데 썼습니다. 일부는 다른 임원 이름으로 인출했고, 이사와 회사 사이의 거래에 필요한 이사회 승인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 법원의 판단
-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는 의사이고, '업무'는 법령·계약에 의한 것뿐 아니라 관례를 따르거나 사실상의 것이라도 같은 행위를 반복할 지위에 따른 사무를 가리킨다고 했습니다. 회사의 대표이사나 그에 준해 회사 자금의 보관·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해 온 사람이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사용하면서 이자나 변제기 약정은 물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면,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지위를 이용해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처분한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의 인출은 지배주주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불법영득의사에 따른 업무상횡령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결론
- 원심판결 파기,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업무상횡령 유죄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으나 다른 죄의 법리오해로 전부 파기)
해설
회사 돈 사건에서 가장 흔한 해명이 '가지급금으로 처리했으니 빌린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판결은 장부상 명목보다 실질을 봅니다. 회사를 위한 지출이었는지, 이자와 갚을 날을 정했는지, 이사회 승인 같은 정해진 절차를 밟았는지, 금액과 반복성이 어떤지를 종합해, 형식만 대여이고 실질은 사적 처분이면 횡령으로 본 것입니다.
혐의를 받는 쪽에서는 이 판결의 기준을 거꾸로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회사 업무와의 관련성, 약정서, 승인 기록, 실제 상환 내역이 갖춰져 있다면 불법영득의사를 다툴 근거가 됩니다. 또 이 사건 피고인은 대표이사가 아닌 상무이사였는데도 자금을 사실상 관리해 왔다는 이유로 업무상 보관자로 인정됐습니다. 직함보다 실제로 맡아 온 일이 기준입니다.
회사 쪽에서는 고소할 때 인출 내역과 장부 처리 방식, 승인 절차가 있었는지 여부, 실제 사용처를 함께 정리하면 불법영득의사를 설명하기가 쉬워집니다. 이 사건의 증권거래법 위반 부분은 2009. 2. 4.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폐지된 옛 법에 관한 판단이어서 여기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이 판례로 확인할 점 가지급금·대여 명목이어도 회사를 위한 지출이 아니고 이자·변제기 약정과 이사회 등 절차가 없었다면 업무상횡령이 될 수 있습니다. '업무'는 직함이 아니라 사실상 맡아 온 일로 판단합니다.